집을 오래 지키는 나무는 따로 있다 382
- 공유 링크 만들기
- X
- 이메일
- 기타 앱
[연재] 집은 정원까지
설계되어야 완성된다
11. 집을 오래 지키는 나무는 따로 있다
정원에 나무를 심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무엇일까요?
예쁜 꽃이 피는 나무일 수도 있습니다.
단풍이 아름다운 나무일 수도 있습니다.
성장이 빠른 나무를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건축가는 조금 다른 질문부터 시작합니다.
"이 나무는 30년
뒤에도 집과 잘 어울릴까?"
나무는 가구가 아닙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쉽게 바꿀 수도 없습니다.
한 번 심으면 수십 년 동안 그 자리를 지키는 존재입니다.
집보다 오래 살아가는 나무도 많습니다.
그래서 나무를 선택하는 일은 단순히 조경을 꾸미는 일이 아닙니다.
집의 미래를 설계하는 일입니다.
좋은 나무는 빨리 자라는 나무가 아닙니다.
꽃이 화려한 나무도 아닙니다.
집을 오래 건강하게 지켜주는 나무입니다.
오늘은 왜 집을 오래 지키는 나무는 따로 있는지, 건축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좋은 나무는 집보다 오래 살아갑니다
콘크리트 건물도 시간이 지나면 보수가 필요합니다.
지붕도 교체합니다.
창호도 바꿉니다.
하지만 나무는 다릅니다.
관리만 잘하면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을 살아갑니다.
처음에는 작은 묘목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집의 풍경이 됩니다.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함께 지켜봅니다.
가족의 추억도 함께 쌓입니다.
건축가는 나무를 현재가 아니라 미래의 건축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보다 20년 뒤의 모습을 먼저 상상하며 심습니다.
성장이 빠른 나무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닙니다
빨리 자라는 나무는 금방 그늘을 만듭니다.
효과도 빨리 나타납니다.
하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가지가 쉽게 부러질 수 있습니다.
수명이 짧은 경우도 많습니다.
관리도 자주 해야 합니다.
뿌리가 예상보다 크게 퍼질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성장이 조금 느린 나무는 구조가 안정적입니다.
오랫동안 건강하게 자랍니다.
건축가는 빠른 성장보다 안정적인 성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집은 오래 사용하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뿌리는 보이지 않지만 집을 가장 많이 만납니다
사람들은 줄기와 잎을 봅니다.
하지만 건축가는 뿌리를 먼저 생각합니다.
나무의 절반은 땅속에 있습니다.
뿌리는 계속 자랍니다.
물을 찾습니다.
공간을 넓혀갑니다.
만약 집 기초 바로 옆에 큰 나무를 심으면 어떻게 될까요?
뿌리가 기초 주변 토양에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배수관과 가까우면 관리가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포장재가 들뜨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건축가는 나무의 최종 크기와 뿌리의 성장 범위를 함께 고려합니다.
지금 작은 나무라고 해서 평생 작은 것은 아닙니다.
낙엽수는 계절을 함께 설계하는 나무입니다
앞선 글에서 햇빛의 중요성을 이야기했습니다.
건축가는 남향 공간 주변에는 낙엽수를 자주 활용합니다.
여름에는 잎이 무성합니다.
강한 햇빛을 막아줍니다.
시원한 그늘도 만듭니다.
겨울에는 잎이 떨어집니다.
햇빛이 다시 집 안으로 들어옵니다.
난방에도 도움이 됩니다.
즉, 낙엽수는 계절에 따라 스스로 역할을 바꾸는 나무입니다.
건축가는 이런 자연의 원리를 설계에 적극 활용합니다.
상록수는 바람을 다스리는 역할을 합니다
사계절 푸른 상록수도 중요한 나무입니다.
특히 겨울철에는 큰 역할을 합니다.
찬 바람을 줄여줍니다.
시선을 적당히 가려줍니다.
집의 배경이 되어 줍니다.
하지만 위치가 중요합니다.
남향 창문 앞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겨울 햇빛을 계속 가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쪽이나 서쪽처럼 강한 바람을 막아야 하는 위치에서는 매우 효과적입니다.
건축가는 상록수와 낙엽수를 함께 사용해 사계절 균형을 만듭니다.
큰 나무 하나가 작은 나무 여러 그루보다 좋을 때가 있습니다
정원을 빨리 채우고 싶어 작은 나무를 많이 심는 경우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풍성해 보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서로 햇빛을 가립니다.
가지가 엉킵니다.
통풍도 나빠집니다.
병충해도 늘어납니다.
결국 일부를 제거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축가는 여백을 남깁니다.
나무가 자랄 공간을 미리 확보합니다.
좋은 조경은 처음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아름다워집니다.
지역 기후에 맞는 나무가 가장 오래갑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나무라도 기후가 맞지 않으면 오래 살기 어렵습니다.
추위에 약한 나무가 있습니다.
더위에 약한 나무도 있습니다.
습한 환경을 좋아하는 나무도 있습니다.
건조한 곳에서 잘 자라는 나무도 있습니다.
건축가는 지역 환경을 먼저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기후에 잘 적응하는 나무를 선택합니다.
그래야 관리도 쉽습니다.
병충해도 적습니다.
오랫동안 건강하게 자랍니다.
집과 나무는 함께 나이를 먹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집도 변합니다.
외벽 색이 조금 달라집니다.
정원도 깊어집니다.
나무도 커집니다.
이 변화는 집을 더욱 자연스럽게 만듭니다.
처음에는 집이 주인공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집과 나무가 하나의 풍경이 됩니다.
건축가는 이런 시간을 가장 아름다운 설계라고 생각합니다.
새것만 좋은 것이 아닙니다.
함께 나이를 먹는 공간이 더 가치 있습니다.
좋은 나무는 관리하기 쉬운 나무입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나무라도 관리가 너무 어렵다면 오래 사랑받기 어렵습니다.
가지치기를 자주 해야 합니다.
병충해가 심합니다.
낙엽이 지나치게 많습니다.
열매가 계속 떨어집니다.
이런 나무는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건축가는 생활을 먼저 생각합니다.
관리가 쉬워야 합니다.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좋은 나무는 화려한 나무보다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나무입니다.
건축가는 오늘보다 30년 뒤의 풍경을 먼저 그립니다
정원을 설계할 때 건축가는 지금의 크기를 보지 않습니다.
30년 뒤의 모습을 상상합니다.
이 나무는 얼마나 커질까.
그늘은 어디까지 드리울까.
햇빛은 어떻게 바뀔까.
바람은 어떻게 흐를까.
집과 조화를 이룰까.
이런 질문을 먼저 합니다.
좋은 나무는 처음부터 아름다운 나무가 아닙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집과 함께 성장하는 나무입니다.
사람보다 오래 살아가며 집을 지켜주는 나무입니다.
햇빛을 조절하고.
바람을 만들고.
정원을 풍성하게 하며.
계절을 보여주는 나무입니다.
그래서 건축가는 나무를 심을 때 현재보다 미래를 먼저 생각합니다.
결국 집을 오래 지키는 것은 콘크리트와 지붕만이 아닙니다.
오랜 시간 같은 자리를 지키며 집과 함께 살아가는 나무도 또 하나의 든든한 건축 재료입니다.
그리고 그런 나무를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오래 사랑받는 집을 만드는 가장 현명한 조경 설계의 시작입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