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바람을 막는 나무보다 바람을 만드는 나무가 좋다 377
- 공유 링크 만들기
- X
- 이메일
- 기타 앱
[연재] 집은 정원까지
설계되어야 완성된다
6. 집은 바람을 막는 나무보다 바람을 만드는 나무가 좋다
집 주변에 나무를 심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그늘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풍경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바람을 막기 위해 나무를 심습니다.
특히 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건축가는 조금 다른 질문을 합니다.
"이 나무는 바람을 막고 있을까요, 아니면 좋은 바람까지 함께 막고 있을까요?"
사람이 살아가는 집에는 바람이 필요합니다.
햇빛만큼 중요합니다.
바람은 공기를 바꾸고.
습기를 줄이며.
여름에는 집을 시원하게 만듭니다.
겨울에는 결로를 줄이는 데에도 도움을 줍니다.
좋은 집은 바람이 없는 집이 아닙니다.
필요한 바람은 들어오고, 불편한 바람만 줄어드는 집입니다.
그래서 건축가는 바람을 모두 막는 조경보다 바람을 만드는 조경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오늘은 왜 집은 바람을 막는 나무보다 바람을 만드는 나무가 좋은지, 건축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바람은 집을 살아 있게 만드는 자연 설비입니다
우리는 전기와 수도를 설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건축에서는 바람도 하나의 자연 설비입니다.
창문을 열면 바람이 들어옵니다.
실내 공기가 바뀝니다.
습기가 빠져나갑니다.
냄새도 줄어듭니다.
실내 온도도 조금씩 내려갑니다.
이 모든 과정에는 전기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자연이 만들어 주는 환기 시스템입니다.
건축가는 이 자연의 흐름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집을 설계할 때 바람이 어디서 들어오고 어디로 빠져나가는지를 먼저 생각합니다.
조경도 그 흐름을 함께 만드는 요소입니다.
바람을 모두 막으면 공기가 멈춥니다
큰 나무를 집 주변에 촘촘하게 심으면 안정감이 생깁니다.
외부 시선도 차단됩니다.
강한 바람도 줄어듭니다.
하지만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공기가 움직이지 않습니다.
습기가 오래 머뭅니다.
여름에는 열기가 빠져나가지 않습니다.
비가 온 뒤에도 벽과 마당이 잘 마르지 않습니다.
실내 환기도 어려워집니다.
바람이 들어오는 길 자체가 막혀버리기 때문입니다.
건축가는 항상 공기의 흐름을 남겨둡니다.
완전히 막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통과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좋은 바람과 나쁜 바람은 다릅니다
모든 바람이 같은 것은 아닙니다.
겨울철의 강한 북서풍은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반대로 여름철의 시원한 남풍은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건축가는 계절에 따라 바람을 구분합니다.
불편한 바람은 막고.
생활에 도움이 되는 바람은 받아들입니다.
조경도 마찬가지입니다.
북쪽에는 상록수를 심어 겨울 바람을 줄일 수 있습니다.
남쪽이나 동쪽은 바람이 지나갈 공간을 남겨둡니다.
이런 작은 차이가 집의 체감환경을 크게 바꿉니다.
나무도 바람길을 만들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무는 바람을 막는다고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나무의 위치에 따라 바람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공기가 부드럽게 흘러갑니다.
좁은 공간에서는 바람이 빨라지기도 합니다.
적절한 간격으로 심어진 나무는 바람을 자연스럽게 유도합니다.
숲길을 걸을 때 시원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나무가 바람을 없앤 것이 아닙니다.
부드럽게 만들어 준 것입니다.
건축가는 집 주변에서도 이런 원리를 활용합니다.
바람이 지나갈 길을 만들고.
강한 바람은 약하게 바꾸는 조경을 계획합니다.
환기는 창문보다 바람길이 더 중요합니다
창문이 많다고 환기가 잘되는 것은 아닙니다.
앞선 연재에서도 여러 번 이야기했습니다.
환기는 공기가 이동해야 이루어집니다.
공기가 들어오는 길이 있어야 합니다.
나가는 길도 있어야 합니다.
그 사이를 연결하는 바람길이 있어야 합니다.
집 주변 나무가 이 길을 막아버리면 창문을 열어도 환기가 잘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적절한 위치의 나무는 바람을 창문 쪽으로 유도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건축가는 창문과 조경을 따로 설계하지 않습니다.
하나의 환기 시스템으로 생각합니다.
여름에는 바람이 가장 좋은 냉방입니다
에어컨이 없던 시절 사람들은 무엇으로 여름을 보냈을까요?
바람입니다.
한옥도.
일본의 전통가옥도.
동남아시아의 고상가옥도.
모두 바람을 중심으로 설계되었습니다.
바람은 실내의 더운 공기를 밖으로 내보냅니다.
땀을 증발시켜 체감온도를 낮춥니다.
실내 열기를 줄여줍니다.
그래서 건축가는 여름철 바람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조경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름 바람이 지나갈 공간을 남겨두는 것이 집을 시원하게 만드는 가장 경제적인 방법입니다.
바람은 습기를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습기는 집의 가장 큰 적 가운데 하나입니다.
결로를 만듭니다.
곰팡이를 만듭니다.
목재를 상하게 합니다.
냄새도 생깁니다.
하지만 바람은 이런 습기를 자연스럽게 줄여줍니다.
벽도 빨리 마릅니다.
데크도 금방 건조됩니다.
마당도 쾌적해집니다.
그래서 건축가는 햇빛과 함께 바람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햇빛이 따뜻함을 만든다면.
바람은 건강한 환경을 만듭니다.
조경은 미기후를 만드는 기술입니다
같은 동네라도 어떤 집은 시원합니다.
어떤 집은 더 덥습니다.
그 차이 가운데 하나가 조경입니다.
나무의 위치.
잔디의 면적.
바람길.
그늘의 방향.
이 모든 것이 집 주변의 작은 기후를 만듭니다.
이를 미기후라고 합니다.
좋은 조경은 집 주변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합니다.
바람을 자연스럽게 움직입니다.
그래서 건축가는 조경을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환경을 설계하는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무는 벽이 아니라 필터가 되어야 합니다
나무를 벽처럼 심는 경우가 있습니다.
외부를 완전히 가립니다.
프라이버시는 좋아집니다.
하지만 공기도 함께 막힙니다.
건축가는 나무를 벽으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필터처럼 사용합니다.
햇빛은 적당히 걸러줍니다.
바람도 부드럽게 통과시킵니다.
시선은 가리면서 답답함은 줄입니다.
이것이 좋은 조경의 원리입니다.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입니다.
건축가는 바람의 길을 먼저 그리고 나무를 심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나무를 먼저 고릅니다.
예쁜 나무를 찾습니다.
좋아하는 수종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건축가는 먼저 바람을 생각합니다.
어디에서 바람이 들어오는지 확인합니다.
어디에서 빠져나가는지 살펴봅니다.
여름과 겨울의 바람 방향도 함께 고려합니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나무를 배치합니다.
좋은 나무는 바람을 모두 막는 나무가 아닙니다.
좋은 바람을 집 안으로 데려오는 나무입니다.
집은 햇빛만으로 쾌적해지지 않습니다.
바람이 함께 움직여야 건강한 공간이 됩니다.
그래서 건축가는 조경을 설계할 때 언제나 바람을 먼저 읽습니다.
집을 시원하게 만드는 것은 나무의 크기가 아닙니다.
나무가 만들어 주는 바람의 길입니다.
결국 좋은 정원은 바람을 멈추게 하는 정원이 아니라, 사람이 가장
편안하게 숨 쉴 수 있도록 자연의 흐름을 만들어 주는 정원입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