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도 동선이 있다 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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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집은 정원까지
설계되어야 완성된다
9. 마당에도 동선이 있다
집 안에는 동선이 있습니다.
현관에서 거실로 이동합니다.
주방에서 식탁으로 움직입니다.
침실에서 욕실로 걸어갑니다.
그래서 건축가는 평면도를 설계할 때 가장 먼저 사람의 움직임을 생각합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놓치는 공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마당입니다.
마당은 그냥 빈 공간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잔디를 깔고.
나무를 심고.
꽃을 심으면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건축가는 마당도 하나의 생활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생활공간에는 반드시 동선이 존재합니다.
현관에서 주차장으로 가는 길.
마당에서 텃밭으로 가는 길.
아이들이 뛰어노는 길.
세탁물을 널러 가는 길.
손님이 정원을 감상하며 걷는 길.
이 모든 것이 마당의 동선입니다.
좋은 마당은 넓은 마당이 아닙니다.
사람이 자연스럽게 걷게 만드는 마당입니다.
오늘은 왜 마당에도 동선이 있으며, 건축가는 왜 정원을 설계할 때
사람의 움직임을 먼저 생각하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마당은 밖에 있는 거실입니다
예전 한옥을 보면 마당은 단순한 빈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이 뛰어놀았습니다.
곡식을 말렸습니다.
이웃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잔치를 열기도 했습니다.
작업도 했습니다.
생활이 이루어지는 공간이었습니다.
현대의 마당도 다르지 않습니다.
바비큐를 합니다.
반려견과 산책합니다.
아이들이 놉니다.
커피를 마십니다.
정원을 가꿉니다.
즉, 마당은 집 밖에 있는 또 하나의 거실입니다.
거실에 동선이 필요하듯 마당에도 동선이 필요합니다.
사람은 가장 편한 길을 스스로 만듭니다
공원을 가 보면 잔디를 가로질러 난 길을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길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계속 같은 곳으로 걸었습니다.
결국 새로운 길이 생겼습니다.
이를 욕망선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사람은 가장 편한 길을 선택합니다.
마당도 마찬가지입니다.
동선을 고려하지 않으면 잔디를 계속 밟게 됩니다.
꽃밭 가장자리가 망가집니다.
결국 계획하지 않은 길이 만들어집니다.
건축가는 사람이 어디를 걷게 될지를 먼저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곳에 길을 만들어 줍니다.
현관에서 마당은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합니다
현관은 집의 시작입니다.
마당도 대부분 현관과 연결됩니다.
그런데 현관문을 열었을 때 바로 흙을 밟아야 한다면 어떨까요?
비 오는 날은 미끄럽습니다.
신발도 더러워집니다.
잔디도 계속 눌립니다.
그래서 건축가는 현관에서 가장 자주 걷는 길을 먼저 만듭니다.
디딤돌을 놓기도 합니다.
보행로를 계획하기도 합니다.
작은 포장을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면 동선이 명확해집니다.
마당도 훨씬 오래 깨끗하게 유지됩니다.
동선은 관리도 쉽게 만듭니다
정원은 계속 관리해야 합니다.
나무에 물을 줍니다.
잔디를 깎습니다.
낙엽을 치웁니다.
꽃을 심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사람이 계속 움직입니다.
만약 관리 동선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매번 잔디를 밟습니다.
화단을 지나갑니다.
흙이 눌립니다.
식물이 손상됩니다.
그래서 건축가는 관리하는 사람의 움직임도 함께 설계합니다.
정원이 오래 아름다운 이유는 관리가 쉬운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아이와 반려동물도 동선이 다릅니다
아이들은 직선으로 뛰어다니지 않습니다.
빙글빙글 돕니다.
숨바꼭질을 합니다.
계단을 오르내립니다.
반려견도 마찬가지입니다.
담장을 따라 걷습니다.
햇빛과 그늘을 오갑니다.
좋은 마당은 이런 움직임도 받아들입니다.
건축가는 가족 구성원을 함께 생각합니다.
어른만 걷는 길이 아닙니다.
아이와 반려동물도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듭니다.
그래야 마당이 더 자주 사용됩니다.
길은 공간을 더 넓게 보이게 합니다
넓은 마당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아무 길도 없는 넓은 공간은 허전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적절한 보행로가 있으면 공간에 리듬이 생깁니다.
걷는 재미도 생깁니다.
시선도 자연스럽게 이동합니다.
정원의 깊이도 더 크게 느껴집니다.
건축가는 길을 단순한 이동 공간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공간을 경험하게 만드는 장치로 생각합니다.
어디를 먼저 보게 할 것인지.
어디에서 멈추게 할 것인지도 함께 설계합니다.
디딤돌 하나도 동선을 만듭니다
작은 디딤돌 몇 개만 놓아도 사람은 그 길을 따라 걷습니다.
잔디도 보호됩니다.
비 오는 날도 편합니다.
흙도 덜 묻습니다.
디딤돌 간격도 중요합니다.
너무 넓으면 걷기 어렵습니다.
너무 좁으면 불편합니다.
보통 사람의 보폭을 고려해 배치합니다.
건축가는 이런 작은 요소까지 함께 설계합니다.
좋은 동선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자연스럽게 그 길을 걷게 됩니다.
동선은 풍경도 함께 설계합니다
길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선이 움직입니다.
꽃이 보입니다.
큰 나무가 보입니다.
작은 연못이 보입니다.
의자가 보입니다.
건축가는 걷는 방향에 따라 풍경도 설계합니다.
한 번에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조금씩 보이게 합니다.
걸을수록 새로운 풍경을 만나게 합니다.
이것이 좋은 정원의 매력입니다.
동선은 단순히 이동을 위한 길이 아니라 풍경을 감상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마당은 사용해야 살아 있는 공간이 됩니다
예쁜 마당을 만들어 놓고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기에는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생활은 없습니다.
건축가는 사람이 자주 나오는 마당을 좋은 마당이라고 생각합니다.
커피를 마십니다.
아이가 놉니다.
나무를 가꿉니다.
산책을 합니다.
이렇게 생활이 이루어질 때 마당은 집의 일부가 됩니다.
좋은 동선은 사람을 밖으로 나오게 만듭니다.
그래서 마당도 살아 움직이는 공간이 됩니다.
건축가는 잔디보다 사람의 발걸음을 먼저 그립니다
많은 사람들은 어떤 나무를 심을지부터 고민합니다.
어떤 꽃이 예쁠지 생각합니다.
하지만 건축가는 먼저 사람을 떠올립니다.
현관에서 어디로 걸어갈까.
손님은 어느 길로 들어올까.
아이들은 어디에서 뛰어놀까.
물을 주는 사람은 어떻게 움직일까.
이 질문이 먼저입니다.
그리고 그 움직임 위에 길을 만들고.
길 주변에 나무를 심습니다.
꽃을 배치합니다.
쉼터를 계획합니다.
좋은 정원은 식물만 아름다운 정원이 아닙니다.
사람이 자연스럽게 걷고.
머물고.
쉬고.
생활하는 정원입니다.
그래서 건축가는 마당을 설계할 때 가장 먼저 잔디가 아니라 사람의 발걸음을 그립니다.
결국 좋은 마당은 보기 좋은 공간이 아니라, 가족의 일상이 가장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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