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펫은 왜 우리나라에서 많이 사용하지 않을까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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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집의 분위기는
마감재가 만든다
카펫은 왜 우리나라에서 많이 사용하지 않을까
해외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보면 우리나라 집과 다른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신발을 신고 집 안을 돌아다닙니다.
거실 전체에 카펫이 깔려 있습니다.
침실도 카펫입니다.
복도도 카펫입니다.
심지어 계단까지 카펫으로 마감된 집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다릅니다.
카펫은 부분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많습니다.
러그를 깔기도 합니다.
침대 옆에 작은 카펫을 두기도 합니다.
하지만 집 전체를 카펫으로 마감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카펫이 나쁜 재료여서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카펫은 장점이 매우 많은 재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널리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히 취향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후와 생활 방식, 난방 구조와 청소 문화까지 연결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건축가의 관점에서 카펫이 우리나라에서 자리 잡지 못한 이유를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카펫은 원래 추운 지역에서 발전한 마감재였습니다
재료는 대부분 환경 속에서 탄생합니다.
카펫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럽과 북미 지역의 많은 나라들은 겨울이 깁니다.
기온도 낮습니다.
특히 오래된 석조 건물은 바닥이 매우 차갑습니다.
돌과 벽돌은 열을 빠르게 빼앗는 재료입니다.
겨울철 맨발로 걷기에는 불편합니다.
그래서 바닥 위에 직물을 깔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양탄자였습니다.
이후 카펫 문화가 발전합니다.
즉, 카펫은 단순한 장식재가 아니라 차가운 바닥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한 생활 도구였습니다.
따뜻함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이었던 것입니다.
그 지역의 기후가 카펫 문화를 만든 셈입니다.
우리나라는 처음부터 바닥을 따뜻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조금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바닥 위에 무언가를 깔지 않았습니다.
대신 바닥 자체를 따뜻하게 만들었습니다.
온돌입니다.
온돌은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난방 방식입니다.
불을 때면 바닥이 데워집니다.
사람은 따뜻한 바닥 위에서 생활합니다.
서양은 공기를 데웠습니다.
우리는 바닥을 데웠습니다.
이 차이는 매우 큽니다.
서양에서는 카펫이 필요했습니다.
우리나라는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작았습니다.
이미 바닥 자체가 따뜻했기 때문입니다.
즉, 카펫과 온돌은 비슷한 문제를 해결하는 서로 다른 방식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나는 바닥을 덮었고.
하나는 바닥을 데웠습니다.
결과는 비슷하지만 접근 방식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좌식 문화는 카펫보다 청결을 더 중요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바닥 생활을 해왔습니다.
바닥에 앉습니다.
바닥에서 식사합니다.
바닥에서 잠을 잡니다.
아이들도 바닥에서 놉니다.
즉, 바닥은 단순한 통로가 아닙니다.
생활 공간 자체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청결이 매우 중요해집니다.
카펫은 먼지를 잡아두는 성질이 있습니다.
장점이기도 합니다.
공기 중 먼지가 날리지 않도록 붙잡아 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바닥에 직접 앉는 문화에서는 단점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먼지가 쌓입니다.
음식물이 들어갑니다.
청소가 쉽지 않습니다.
반면 장판이나 마루는 물걸레 청소가 가능합니다.
즉, 좌식 문화는 자연스럽게 청소하기 쉬운 바닥을 선호하게 만들었습니다.
이것 역시 카펫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의 습도는 카펫에게 불리한 환경입니다
건축에서 항상 중요하게 보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습도입니다.
우리나라는 여름철 습도가 높습니다.
특히 장마철에는 실내 습도도 크게 올라갑니다.
카펫은 섬유 재료입니다.
수분을 머금을 수 있습니다.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건조가 늦어질 수 있습니다.
관리 상태에 따라 냄새가 생기기도 합니다.
곰팡이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진드기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반면 건조한 유럽 일부 지역은 상대적으로 유리합니다.
같은 카펫이라도 환경이 다르면 결과가 달라집니다.
건축은 언제나 기후와 함께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좋은 재료와 나쁜 재료가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환경에 놓이는가가 중요합니다.
온돌은 카펫과 생각보다 잘 맞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놓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온돌은 열을 위로 전달해야 합니다.
바닥 아래에서 올라오는 열이 실내로 전달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카펫은 열을 막는 성질이 있습니다.
원래 카펫의 목적 자체가 단열입니다.
즉, 열이 쉽게 통과하지 않도록 만드는 재료입니다.
서양에서는 장점입니다.
하지만 온돌에서는 조금 다르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바닥 난방 효율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열이 실내로 전달되는 속도가 늦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카펫보다 장판이나 마루가 더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온돌과의 궁합이 더 좋았기 때문입니다.
카펫은 사실 매우 뛰어난 장점을 가진 재료입니다
그렇다고 카펫이 나쁜 재료는 아닙니다.
오히려 장점이 많습니다.
첫 번째는 보행감입니다.
매우 부드럽습니다.
발이 편합니다.
오래 걸어도 피로가 적습니다.
두 번째는 소음입니다.
카펫은 소리를 흡수합니다.
발소리를 줄여줍니다.
실내 음향도 부드럽게 만듭니다.
호텔 복도가 조용한 이유 중 하나도 카펫입니다.
세 번째는 안전성입니다.
넘어졌을 때 충격이 적습니다.
아이들이 있는 공간에서도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해외 호텔이나 도서관, 회의시설 등에서는 지금도 널리 사용됩니다.
즉, 카펫은 분명 훌륭한 재료입니다.
다만 우리나라 주거환경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발전해 온 재료일 뿐입니다.
러그 문화는 카펫 문화의 절충안이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카펫과 비슷한 재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바로 러그입니다.
거실 중앙에 깔기도 합니다.
침대 옆에 두기도 합니다.
소파 앞에 놓기도 합니다.
러그는 카펫의 장점만 부분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부드럽습니다.
공간이 따뜻해 보입니다.
소음을 줄여줍니다.
하지만 필요할 때 세탁하거나 교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환경에 더 잘 맞는 방식으로 발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카펫 문화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우리식으로 변형된 셈입니다.
재료는 결국 생활 방식에 맞춰 선택됩니다
건축은 유행을 따라가는 일이 아닙니다.
생활을 이해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같은 재료라도 나라에 따라 사용 방식이 달라집니다.
유럽은 카펫을 선택했습니다.
일본은 다다미를 발전시켰습니다.
우리나라는 온돌과 장판, 마루를 발전시켰습니다.
각각의 방식은 모두 이유가 있습니다.
기후가 다르고.
생활 방식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좋은 재료란 절대적인 것이 아닙니다.
환경에 잘 맞는 재료가 좋은 재료입니다.
카펫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훌륭한 재료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선택지가 더 잘 맞았던 것입니다.
집의 분위기는 결국 그 나라의 생활 방식이 만듭니다
집은 단순히 벽과 지붕으로 이루어진 공간이 아닙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 담긴 공간입니다.
그래서 바닥재 하나에도 문화가 담깁니다.
유럽의 카펫.
일본의 다다미.
우리나라의 온돌과 마루.
모두 그 지역 사람들이 오랫동안 살아오며 선택한 결과입니다.
카펫이 우리나라에서 많이 사용되지 않는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습니다.
카펫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온돌이라는 강력한 바닥 문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문화는 지금도 우리 집의 구조와 마감재 선택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결국 집의 분위기는 재료가 만드는 것이지만.
그 재료를 선택하게 만든 것은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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